오징어게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곧 시즌 2도 나온다고 하니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 전에 다시 한번 내용을 상기시켜 봅시다.
서바이벌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리네 어릴 적 동네에서 하던 놀이가 갱생의 기회 또는 죽음의 기준이 된다."라는 설정이 과연 어떤 개연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결국 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개연성, 명분, 공감, 감정이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1편은 그 절박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드라마 1편은 오징어게임 그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지만 추후 게임을 진행하는 나머지 화에 몰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석 같은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설정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충분한 개연성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빚에 쫓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하게 되고, 그 서바이벌에는 예상치 못한 서스펜스가 숨어있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게임의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고, 심지어 과반의 찬성만 있다면 게임을 멈출 수도 있다.
이런 설정은 오로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서바이벌에 임하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보다 인물의 감정이 더 입체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가 아닌 드라마임에도, 게임의 반복, 빠른 전개로 지루함이 덜합니다.
각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거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분석
존재감 저는 주연 임팩트 있는 카메오 무명 조연 캐스팅이 주는 현실감 그리고 지나친 전형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질한 루저의 인생을 살지만 오지랖 넓고 정 많은 캐릭터의 이정재(송기훈 역) 특유의 열정 연기가 극 초반엔 살짝 오버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극 후반으로 가면 역시 대배우 이정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 돋은 캐릭터입니다.
연기력도 발군에 캐릭터 자체가 주는 매력이 엄청나죠.
새벽 역의 정호연과 일남역의 오영수 배우님이 이 드라마 최고의 캐릭터이지 싶습니다.
드라마 초반 이정재와 부딪히는 장면에서부터 상처 많은 동물 같은 눈빛이 각인되었습니다.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에서 뽑혔다고 하는데 감독이 왜 정호연을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신선한 마스크인 데다가 연기도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이정재와 박해수, 그리고 카메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배우가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점은 드라마 몰입도에 꽤 도움이 됩니다.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드라마 속 캐릭터에 분리된 느낌이 들지만 무명의 경우, 그 배우의 고유성을 알 수 없기에 드라마 속 캐릭터와 동일하게 볼 수 있죠.
마치 정호연이 진짜 강새벽 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박해수는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제혁 역으로 나와서 뇌리에 남아있는 배우입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다가 주식, 선물에 손을 대 빚더미에 앉은 상우 역할을 맡았죠.
만약에 내가 그 게임 판에 발을 들였다면, 누구와 가장 가까웠을지, 아마 상우가 아니었을까요? 상우는 똑똑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역이죠.
때론 사기도 치고 배신도 하고 살인 마다하지 않죠.
악역이지만 단순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마지막 회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면 그의 악한 행동은 인간적 고뇌에서 나온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 목숨이 달려있는 게임에서 우승하면 456억을 얻을 수 있는 게임에서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개연성의 부분을 서두에 언급했는데 이 드라마의 섬세한 직조에 흠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형을 찾아 오징어 게임이 펼쳐지는 섬에 잠입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들을 미행하고 잠입하는 과정이 너무 허술하고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잠입 후 사건을 파헤치는 서스펜스도 단단하지 못합니다.
극의 긴장감을 위해 있으면 좋은 캐릭터이지만, 좀 더 섬세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갔어야 했습니다.
전형적인 건달캐릭터다. 위대한 빌런은 공감이 가는 빌런 이어야 한다.
조커가 왜 조커가 되어야만 했는지 공감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덕수는 딱 우리가 생각하는 양아치입니다.
단선적인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명징한 대립에 좋은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예측돼서 조금 식상하고 기대감이 떨어집니다.
덕수가 어떤 활약을 벌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누구나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녀 역도 좀 식상할 수 있죠.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캐릭터입니다,
존재감은 빛나는데 어쩐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눈에 띄는 조연은 맞지만 비호감입니다.
알리는 순수하면서 안쓰러운 역이죠.
단발성 출연일 줄 알았는데 이 드라마의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상우의 비열한 내면을 드러내게 만드는 좋은 장치로 이용됩니다.
마지막 해석
마지막 화의 제목은 "운수 좋은 날"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가난한 인력거꾼이 운수 좋게 돈을 번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죽어있었다는 아이러니한 내용의 현진건 단편 소설에서 따온 제목이다.
게임에서 우승한 기훈이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 버려지고 그 입에는 카드 하나가 물려있었다.
ATM기에 카드를 꽂아 출금을 누르고, 1만 원을 선택한다.
현금출납기엔 만 원이 출금되었고, ATM기에는 459,999,90,000원이라는 숫자가 찍혀있다.
진짜 456억이 수중에 들어왔다.
기훈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우의 모친을 마주치게 된다.
상우의 모친은 기훈에게 고등어를 건네며 기훈의 엄마에게 전하라고 한다.
요즘 연락도 안 되고 시장에 장사하러 나오지도 않는다며 말이다.
'복선'이나 '암시'의 장면이다.
기훈은 컴컴한 방에 들어가 엄마를 찾는다.
"엄마~ 나왔어" 소설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는 대사다.
기훈이 고등어 봉지를 내려놓는다.
죽은 엄마를 바라보며 말한다.
"엄마 나왔어. 나... 돈 벌어왔어." 기훈이 울먹이며 엄마 옆에 눕는다.
기훈이 첫 번째 게임에 참가했던 동기가 빚 때문이었다면, 두 번째 동기는 "엄마의 치료비"다.
물론 빚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 지옥 같은 게임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당뇨 합병증으로 썩어가는 엄마의 발이었다.
결국 게임에서 우승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우승은 무의미한 우승이 되어버렸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 참여한 게임 때문에 엄마를 잃게 된 것이다.
1년 후, 기훈은 노숙자의 행색으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
은행으로 가는 길이다. 은행장은 거액을 맡기고도 별다른 말이 없는 기훈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기훈은 벌떡 일어나 은행장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만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기훈은 456억을 벌었지만 단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삶의 의미를 잃어서일까? 거액의 상금을 벌었지만 돈을 쓰지 못한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프런트맨으로 나오는 이병헌이다.
프런트맨 이병헌은 실종 전 고시원에 살았고, 고시원비가 밀려있었다.
몇 백억을 번 사람의 삶과는 괴리감이 있다.
이병헌도 게임에서 우승 후 어떤 삶을 살았을지 기훈의 모습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456억은 455명의 목숨값이다.
하지만 단순히 목숨값이라고 여기고 돈을 쓰지 않는다고 보기엔 뭔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456명 가운데는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도 있었고, 자신을 죽이려 한 자도 있었다.
그들의 목숨값 정도는 쓰면서 살아도 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훈은 게임을 통해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봤다.
결국 돈과 돈에 조종되는 사람들에 대한 환멸이 기훈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1번 참가자 오일남에게 초대장이 오게 된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오일남은 기훈에게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밖에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가 보인다.
자정까지 저 노숙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오면 기훈이 이기는 것이고, 노숙자가 그대로 얼어 죽으면 오일남이 이기는 것이다.
오일남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추악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돈 앞에서 그 추악함은 극대화되고 그런 인간의 본성을 통해 오징어게임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기훈은 드라마 내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현실성이 다소 없다고 느껴질 만큼 면식이 없는 노인을 챙기고 탈북민을 챙기고 약자를 위했다.
기훈은 인간은 선한 존재라고 믿는다.
과연 노숙자는 살 수 있을 것인가? 자정이 얼마 안 남은 시간, 누군가 나타나 노숙자를 살핀다.
도움을 줄 것 같더니 지갑만 가지고 가버린다.
오일남이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지갑을 가져갔던 그 사람이 경찰을 동행해 노숙자를 구하러 왔다.
인간의 선함을 믿고 싶은 기훈은 그 모습을 절절한 모습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기훈이 말한다. "내가 이겼어!"라고 말하고 오일남을 쳐다보니 이미 오일남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 이 게임에서 오일남이 이겼다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일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좀 더 쉬웠을 것이다.
"자네가 프런트맨이 되어주게!" 아마 이것이 숨을 거두기 전 오일남이 이정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정재는 인간의 선함을 확인했고, 자신의 가치를 지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병헌은? 이병헌 역시 우승을 하고 거액의 상금을 받았지만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 역시 죄책감과 환멸감에 상금에 손을 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일남과의 모종의 마지막 게임이 벌어졌을 거다.
그리고 거기서 오일남이 이겼고,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병헌은 오징어게임의 프런트맨이 되었을 거다.
엔딩 장면에서 미국으로 딸을 보러 가던 이정재가 낯익은 장면과 조우하게 된다.
공유가 빚쟁이일 무명과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징어게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명의 빚쟁이에게 빼앗은 명함으로 전화를 건 이정재는 프런트맨과 통화를 하게 된다.
프런트맨은 그 비행기를 타라고 한다. 딸을 보러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다.
하지만 이정재는 그 권유를 거절한다.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어떻게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지"
이렇게 오징어 게임 시즌1은 끝났다 하지만, 시즌2가 개봉될 예정이고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기훈은 프런트맨을 찾아가 게임에 또다시 참가할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