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색다른 드라마 지루하지 않은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한 번쯤 시청해 보는 걸 추천드려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장부터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잘 갖춰진 드라마입니다.
후기
8월 18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화제작 <마스크걸>을 시청하였습니다.
7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인데 회차당 대략 1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작품이네요.
정말 솔직한 입장으로 시리즈 정주행하면서 느낀 점은 뭔가 쫓긴듯한 7부작으로 제작된 아쉬움이 남았지만 스토리가 늘어지는 게 싫은 분들에겐 빠른 전개가 마음에드 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작품을 보다 보면 성형 전 김한별의 '김모미'의 인생은 꽤 그 감정을 세세하게 그리려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오남'과 '김경자'의 에피소드를 훑고 시작하는 성형 후 나나의 '김모미'는 굉장히 불친절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캐릭터에 어떤 연민도 느낄새 없이 쫓기 듯한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마스크걸>이 고현정의 출연에 굉장한 기대감을 가진 팬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3막의 '김모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느낌이라 더욱 아쉬웠던 거 같아요.
여기에 7화까지 부제가 각각의 이름을 들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움직이니까 확실히 캐릭터의 확장성도 크지 못한 느낌도 들고, 자극적이긴 엄청 자극적인데 그런 자극의 이유가 너무 허망하고 와닿지 않는 게 좀 아쉬웠던 작품이네요.
넷플릭스 <마스크걸>을 보고 있자면 나라는 존재를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나락으로 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줄거리
김모미는 넘치는 끼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얼굴 때문에 언제나 주눅 들어 살았습니다.
그런 주눅은 BJ를 하며 가면 뒤로 자신을 숨기고 터지는 끼를 발산해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현타가 오게 됩니다.
그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응원에 기대 뜻하지 않게 인생이 꼬이게 될 운명인 거죠.
주오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늘 왕따는 제 친구였습니다.
괴롭히고 뺏기고 맞기는 일상다반사, 점차 사람 만나고 사귀는 게 어렵고 불편하고 무서워졌고 결국 존재감 없는 오타쿠로 기댈 수 없는 존재에 마음을 뺏기고 죽을 운명이겠죠.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사랑한 적 없고 그저 기회 되는 남자와 결혼하고 이혼하고 자식 위해 평생을 뒷바라지하다 자식 때문에 죽을 인생이니까요.
여기 나오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웠다면 이런 혐오스러운, 파란만장한 생을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작품을 보는 내내 그런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요.
모미의 꿈을 엄마가 조금 더 응원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좀 더 다정하게 그녀를 안아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주눅 들어 있는 오남이를 그렇게 다들 크는 법이라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조금만 더 강하게 자랄 수 있게 지켜줬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럼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조금 더 강단 있게 세상을 버텼더라면, 넷플릭스 <마스크걸>을 보고 있으면 '정말 세다, 자극적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강렬한 이야기들과 장면들이 쏟아집니다.
이렇게나 그려질 일인가 싶을 만큼 주오남이 가진 오타쿠의 일상을 리얼하게 그려냈고 기분 나쁘게 배치했습니다.
비하인드
안재홍은 그런 캐릭터 연기를 위해 영혼을 갈아 끼우고 연기했겠다 싶을 만큼 말입니다.
여기에 신예 이한별 역시 무난하고 파격적인 김모미의 이중생활을 그려냈습니다.
위에 언급드린 최고의 캐스팅이라 보이는 나나는 뭐 나나가 나나 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강렬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는데요.
여기에 무기력하지만 그럼에도 딸을 위한 모성으로 다시 한번 불이 꺼진 인생에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빛내는 3막 김모미의 고현정 역시 안정적이란 말로 연기를 잘 매듭짓는 분위기예요.
어쩔 수 없이 세상은 얼굴로, 몸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곳이에요.
요즘 짧은 인스타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매력에, 능력에, 삶에 좋아요 수백만 개로 가치를 평가받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거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요.
우리 그런 세상은 그런 세상대로 두고 우리는 우리 세상에서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요.
나를 사랑하는 게 그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 작품 <마스크걸>을 보면서 느낀 첫 번째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작품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파격과 광기 그리고 자극적이지만 그럼에도 한 번에 정주행 하기 딱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안재홍은 웹툰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올 생각이었고 외형적으로도 딱 봐도 '주오남'느낌이 나길 바랐기에 배우 본인의 색깔을 지우고 아예 새로운 비주얼을 탄생시켰다고 해요.
일단 살도 10kg 찌웠다고 하고요.
그것도 부족하다 생각해서 몸 안에 살집을 만드는 장치도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화제가 되었던 탈모 분장은 김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낸 거라고 하는데요.
< 괴물 > 특수분장팀이 맡았고 촬영 전 2시간가량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몇몇 스태프들에겐 외부인으로 오해받아서 촬영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제지받기도 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겼다고 합니다.
주오남 캐릭터는 눈빛도 흐리멍덩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안재홍은 안경 그것도 도수 높은 걸 착용하겠다 했다는데요.
하지만 시력이 나쁘지 않은데 그런 안경을 착용하면 두통이 생길 수 있기에 제작진들이 말렸다고 합니다.
분장 후 처음 봤을 땐 본인 스스로도 비주얼에 놀랐고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었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어 연기도 안재홍이 김 감독에게 제안한 거라고 하고요.
원작 웹툰을 통해 캐릭터를 연구하다가 주오남이 일본어 중얼중얼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완벽한 오타쿠 변신을 위해 일본어 선생님 2명에게 일본어를 배우기도 했다네요.
엄마 김경자는(배우 엄혜란) 처음 등장할 땐 남편 없이 혼자 억척스럽게 자식을 키운 엄마의 모습이었는데요.
이때는 전반적인 스타일링도 여장부 느낌으로 아줌마 펌을 적용했다고 해요.
그러다 아들을 잃고 복수할 때쯤은 최대한 그 슬픔에 잠겨 피폐해 보이도록 생머리 단발로 바꾸었다고 하고요.
피부표현도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으로 했다네요.
마지막에 성형 수술 후 변신한 모습은 누구에게나 친근히 다가갈법한 할머니로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김미모의 마음을 무장해제할 수 있는 그런 인물로요.